외할아버지 생신잔치로 온 가족이 모여서 점심 식사로 요즘 제철이라는 굴을 먹으러 갔다. 사실 나는 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굴 말고 다른 메뉴를 먹으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굴찜 너무 맛있다..!
게다가 이만한 크기 들통 한 냄비가 3만 원이다.
옆 테이블에서는 굴구이를 먹던데, 자꾸 타닥타닥 소리가 나면서 껍질이 튀는 것 같아서 우리는 고민없일 굴찜을 주문했다. 15분 정도 기다리니까 이렇게 큰 냄비가 통으로 나왔다.
해산물 알못인 내가 보기엔 빨간 건 가리비이고, 큰 꼬막같이 생긴 건 피조개인가? 그리고 아래엔 굴이 많이 있었다.
나는 왜 가리비를 못먹었는가ㅋㅋ 사진에서 가리비 4개 보이는데 내 가리비 누가 먹었지? 귀하게 4개만 들어있는 거 보면 아마 맛있었을 것 같다.
피조개들이 입을 벌리고 있길래 먼저 먹어봤는데 비린 맛이 확 느껴졌다. 시장에서 저렇게 생긴 조개 파는거 보면 먹어보고 싶었는데 내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아니면 찜요리가 아니라 된장국같이 다른 재료의 향이 강한 데에 넣어서 먹으면 식감이 쫄깃해서 더 맛있을 것 같다.
메인: 굴찜 항공샷
다음으로 굴을 먹어봤는데, 깜짝 놀랐다. 응? 왜 비린내가 안나는 거지? 코가 막힌건가..
확실히 현지에서 싱싱할 때 먹어서 그런지, 이 집만의 비린내 잡는 비법이 있는건지 지금까지 먹어온 것과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그렇듯이, 굴을 못먹는 사람의 대부분은 굴 비린내 때문에 못먹을 것 같은데 비린내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너무 희한하다.
엄마가 겨울에 굴전을 해주시면 밥반찬으로 간혹 먹었는데, 비린내가 많이 나서 그렇게 즐겨 먹진 않았다. 굴전으로 해먹던 굴은 이렇게 껍질 속에 들어있는 것 말고 껍질이 다 까져있는 굴이었는데, 아마 신선도에 차이가 많은 것 같다.
아빠는 나보다 굴을 더 안좋아하셔서 굴전을 입에 대지도 않으시지만 오늘은 나보다 훨씬 많이 드셨다.ㅋㅋㅋㅋ 심지어 우리 테이블이 굴을 잘 먹어서 삼촌네 테이블에 남은 굴을 받아서 더 먹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도 오늘 신기하시다며 맛있는 걸 먹으니까 덜 피곤하다고 계속 말씀하셨다.
이렇게 가게 앞에 싱싱한 굴이 쌓여있다.
굴 잘 까는 방법
굴찜은 굴 까먹는 재미가 있다!
테이블에는 젓가락이랑 굴 입을 벌리는 데 쓰는 나이프가 따로 준비돼 있었다.
굴이 많이 있을 때는 입을 살짝 벌리고 있는 굴을 골라서 열면 금방 굴을 빼먹을 수 있었는데, 입을 벌리고 있는 굴을 다 골라먹고 나니까 입을 꾹 다문 고난이도 굴만 남게 되었다.
이럴 땐 일단 틈이 생길 만한 곳에 나이프를 넣어서 벌리는 게 제일 쉽다.
만약에 틈이 전혀 없으면
굴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고, 껍질이 얇은 쪽을 나이프 칼날로 가지치기 하듯이 톡톡 쳐낸다.
그 부분 껍질을 살짝 날려버리면 틈이 생기는데, 거기에 나이프를 넣어서 벌리면 된다. 참 쉽죠?!
사이드 1: 굴칼국수
칼국수는 굴이 들어가서 그런지 국물이 되게 시원했다. 6,000원 가격을 생각하면 많지도 적지도 않은 굴이 들어가 있다. 딱 사진에 보이는 요만큼인 것 같다.
칼국수 면은 시장에서 파는 칼국수 면이랑 똑같은 맛이었는데 국물이 시원해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그런데 중요한 건 굴칼국수에서도 비린내가 거의 안났다. 굴칼국수를 시키면서부터 왠지 굴 비린내가 날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사이드 2: 돌솥영양굴밥
엄마는 굴을 먹으러 간다고 하면서부터 굴밥을 드신다고 찜하셨다.
돌솥영양굴밥이라고 메뉴에 써있어서 주문했는데, 오잉? 돌솥이 아니잖아?! 이 집은 기본적으로 양은 냄비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돌솥은 너무 무거워서 그런 것 같다.
굴밥에 넣어먹는 달래장과 동치미, 굴밥을 덜어먹을 수 있는 그릇을 따로 준다. 적당량 배합해서 취향껏 먹으면 되는데 이게 은근히 맛있었다. 자꾸 입맛 당기는 그런 맛?
굴이 안들어 있어도 맛있을 것 같은 영양밥이었다. 사진엔 안나왔는데 김 한 장에 영양밥 한 숟가락, 굴 하나를 올려서 딱 싸먹으면 꿀맛이다. 굴만 계속 까먹다 보니까 뭔가 질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밥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내부 전경과 메뉴판
우리가 시킨 굴찜이나 굴구이는 한 상에 30,000원이고 다른 제철 해산물은 싯가라고 나와있다.
4명 기준 한 테이블 당 굴찜 하나, 굴밥 하나, 칼국수 하나를 시키니까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위치: 충청남도 보령
원래 외숙모 동료 분 단골집을 찾아간 거였는데, 자리가 없어서 그냥 아무데나 보이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렇게 만족스러웠던 걸 보면 천북 굴단지에 있는 어떤 가게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