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유로 개인 프로젝트에서 손을 놓은 지가 몇 달 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붙잡기가 엄두가 안나서 그냥 시간만 흐르고 있다가 오늘 문득! 정말 문득 다시 손 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 프로젝트를 당장 계속 하기는 마음이 잘 안잡혀서 유튜브에 flutter clone을 검색하니 flutter 시작하면서 많이 봤던 외국 남자 채널이 나왔다.
영상 몇 개를 보면서 flutter에 대한 흥미를 찾아가고 있던 중 링크를 타고 flutter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됐다.
그랬더니 6.25 Flutter day♡ 라고 무슨 특별한 날인 것처럼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https://events.withgoogle.com/flutter-day/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니 30분 뒤에 라이브 스트리밍을 한다는 유튜브 영상이 있었다.
밤 12시 반이었지만 30분을 기다려서 라이브 스트리밍에 참여했다. (=봤다. 라이브 챗도 하나. Hello from South Korea!!)
내가 참여한 라이브 스트림의 주 내용은 FlutterXCodepen에 대한 축하 및 소개였다.
Codepen은 쉽게 생각해서 온라인 IDE라고 보면 되는데, 아마 그동안은 웹 언어 위주로 사용됐던 것 같다. 베트남 웹 개발자들이 종종 관련해서 링크를 보내주곤 했던 게 생각난다. 앞으로는 Codepen에서 dart로 된 프로젝트를 돌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라이브 챗을 보니 아직 성능이 좋지는 않은가 보다. dart로는 많이 느리고 속 터진다고...
앞으로 성능이 개선되겠지.
영상을 보다 보니 처음 안드로이드 개발했을 때가 생각났다. 회사에서 독학으로 화면 만들고 버그 수정하면서 stackoverflow라는 사이트에 처음 들어 갔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내가 전혀 몰랐던 세상이라 그렇기도 했고, 전 세계 개발자들이 한 데 모여서 질문하고 답변도 준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아마 그 때가 더럽게 싫어하던 개발에 처음으로 반해버린 순간이었던 것 같다.
이후에 안드로이드 라이브러리 일로 github에 이슈를 올리고 답변받고 피드백 하면서 그 기분을 다시 느꼈다. 더 큰 세상에서 살게 된 기분이랄까. 완전히 다른 차원을 연 기분이었다.
일하면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안드로이드 개발 5년 차 정도 되면은 전문가가 돼서 유럽이나 캐나다 같은 데서 직장을 구해봐야 겠다. 어쩌구 저쩌구. 꼬리를 무는 상상 덕분에 회사 사무실이 갑갑하지 않았다. 그 때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아마 안드로이드 개발을 계속 했더라면 다른 나라에서 코로나를 맞이했을 수도 있겠다.
디지털 노마드를 할 수 있었던 지금도 나쁘진 않다. 다만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더 쌓기 위해서는 개인 프로젝트에 다시 전념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젝트에 전념하던 올 초는 몸이랑 머리는 아파도 보람있고 행복했다.
해외 디지털 노마드가 잠정적으로 중단되고 이후 살 방도를 찾느라 지금까지 힘들기도 했고, 내 프로젝트를 중단한 게 계속 마음의 짐이었다. 몸은 좀 편해도 뭔가 우울한 기분까지 들었다.
영상이 영어라 완전히 알아 듣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보길 잘 했다. 이제야 바닥을 치고 올라온 것 같다. 어릴 땐 변태같이 바닥 치는 그 기분을 막 즐기고 그랬는데ㅋㅋㅋ 왜 그랬지 진짜 변태같게. 이제는 "바닥 땅! 차고 수면 위로 올라가는 기분"이 좋다. 덜 변태가 되어가고 있다.
내 프로젝트를 어떻게 가져갈 지, 외부 일을 먼저 할 지는 더 생각해 봐야 겠지만 Flutter와 또 다시 운명같은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