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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라라랜드를 오랜만에 다시 봤다 (The fools who dreams)

by 생생한 정보통 2021. 2. 12.

라라랜드를 처음 본 건 6년 전 쯤인가. 하나 밖에 없는 내 동생과 함께였다.
동생은 그 때가 이미 두 번 째 보는 거였던 것 같은데, 라라랜드를 또 본다는 생각에 아주 들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귀엽네. 나한테 속마음도 조금 이야기 하고 그랬었는데.

이번 티비로 본 것까지 합치면 나도 세 번 째 본 건데, 명작은 볼 때마다 다른 생각이 든다는 말처럼 세 번 모두 다른 포인트에서 울림이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동생과 함께여서 인지 두 주인공에 몰입해서인지 예전에 만나던 사람이 생각났다. 특히 둘의 행복할 수 있었을 미래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두 번 째는 우리 집 앞에서 왠지 들어라기 아쉬워 숳과 차 안에서 본 거 였는데, 그 때는 숳이 옆에 있어서 인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꽂혔다. 그래서 갑자기 배우의 길을 가고 싶었던 숳의 앞길을 내가 방해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저렇게 빛날 수도 있을 사람인데 내가 끼어드는 바람에 원치 않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나보다 싶어 미안했다.

오늘 본 라라랜드는(티비 방영이라 2부 부터 보긴 했지만) 열심히 꿈을 쫓다가 낙심해 고향에 내려간 주인공의 모습에 눈길이 갔다. 뭔가 내 모습이 겹쳐 졌달까.
일단 가장 현실적인 꿈 측면에서 봤을 때는 직장 생활 3년 차 쯤에 이직하려는 시도를 해보지 않은 순간이 떠올랐다. 지난 수 십 번의 면접과 어색했던 순간들, 거절당한 많은 기억들이 두려워 원서조차 쓰지 않았던 작은 내 자신이 생각났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 덕분에 계속 다니던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너무 감사하지만 지금도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다.
좀 덜 현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그냥 지금의 내 모습이 또 비춰졌다. 호기롭게 세계여행 하겠다고 떠나 놓고는 4개월 돌고 나서 이렇게 정체되어 있는 지금이... 요새 들어 많이 답답했다. 물론 외부적인 요인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사실 지금이 덜 현실적이 상황이 맞다. ㅎㅎ
꿈을 거의 이루고 있었으니까.


이 꿈 말고도 나를 관통하는 다른 꿈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 외면하고 있었는데, 나를 다시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 주인공이 식탁 앞에 앉아 싸우는 장면을 보고... 꿈을 잃어가는 내 모습에 문득 놀라서.

그리고 나를 포기할 수도 있었던 많은 순간에 나를 포기하지 않았던 그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 두 가지가 '와, 여행 하려면 무조건 돈이 많아야 된다. 돈이랑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 내가 하고 싶은 여행 다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아니, 인생 한 번인데, 내가 하고 싶은 것 좀 하면서 산다고 해서 큰 일 나는 거 아니구나. 세월은 너무 빠르고, 하기 싫은 걸 하면서 낭비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구나.'하는 생각이었다.

여행하는 동안 새로운 것들을 보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데에만 집중 했었는데 오히려 여행 후에 느낀 건 변하지 않는 인생의 진리같은 거랄까.

잊고 있었던 것들을 떠올리게 돼서 다행이다.
라라랜드는 정말 명작이구나. 화면도 아름다워 감탄이 나온다. 둘의 상상 결말 장면이 너무 힘들었어서 다시 보고 싶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그 부분엔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아름다워 보이기만 했다. (앞부분을 안봐서 그런가)

시간 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쭉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