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년 커플 기념일에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한 건 작년부터였다. 작년 기념일에는 도화지에 수채화로 커플 인물화를 그려서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그림 수준 자체는 초딩이 그린 느낌이었지만 ㅋㅋㅋ 받는 사람은 아주 감동받아 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너무 뿌듯해서 매 년 기념일 마다 그림을 그려주어야 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전시회나 미술작품을 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떤 그림을 그려주면 좋을까에 대해서 상상하곤 했다. 그러던 중 이태원에서 소규모 작품전을 보고 캔버스에 그림을 한 번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그림이 덮이기 전의 새하얀 캔버스를 본 적도 없긴 했다. 음, 그런데 전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유명한 작품의 도안을 캔버스에 그려주고, 어릴 때 색칠공부 하던 것처럼 번호를 매겨서 적당한 색깔을 칠하면 스스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하는 키트를 본 기억이 났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거라면 내 손으로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어차피 나는 대단한 작품을 낼 것도 아니고, 받는 사람이 잠시나마 기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 거니까! 망하면 망하는 대로 또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는 사람도 그래야 할텐데..ㅋㅋㅋ)
사실 너무 모르는 분야라 마음의 준비도 1달 정도 걸렸다.ㅋㅋㅋ 그러면서 짬 날 때마다 준비물을 알아봤다. 준비물은 의외로 간단했다.
준비물: 캔버스, 아크릴 물감, 아크릴 붓, 연필(4B)
캔버스나 유화 물감, 아크릴 물감 같은 건 학교 미술 시간에 써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왠지 화방에 찾아가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인터넷에서 모두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캔버스: 캔버스는 나무 격자 위에 아교를 먹인 삼베 천을 덧씌워 고정시킨 그림 도구라고 한다. 이 캔버스는 20cm x 30cm 크기로 인터넷에서 5천 원 안되는 돈으로 생각보다 싸게 구입했다. 잘은 모르지만 캔버스 천 위에 우툴두툴 튀어나온 부분이 간혹 있었다. 나는 네이버에서 상품평 많은 순서로 정렬시켜서 제일 위의 것을 구매했는데, 아마 내가 구입한 캔버스는 사람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저렴이 버전인 것 같다.
아크릴 물감: 아크릴 물감도 찾아보니까 브랜드에 따라서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학생용/ 전문가용이 따로 있었다. 나는 이번에 그리고 나면 언제 또 아크릴 물감을 쓰게 될 지 몰라서 12색/ 7.5ml의 ALPHA 아크릴 물감을 골랐다. For Artists라고 써있는 전문가 용인데 이것도 용량이 작아서 인지 10,000원 미만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아크릴 물감을 살 때 제일 고민한 건 12색을 살까, 13색이나 24색을 살까였다. 13색은 12색에 흰색이 하나 더 들어있는 거고, 24색은 12색보다 색깔이 훨씬 다양했다. 나는 기껏해야 사람 얼굴이랑 몸통, 배경 정도 그리게 될 것 같아서 합리적으로 12색을 선택했다.
그런데!!!!! 직접 사용해 보니까 마음에 드는 색깔을 만들다 보면 흰 색은 정말 많이 쓰게 되더라. 12색이랑 13색 중에 고민하는 초심자들이 있다면, 흰 색이 두 개 들어있는 13색을 선택하는 걸 추천한다.
아크릴 붓: 아크릴 붓도 또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하나에 몇 천 원에서부터 몇 만원 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폭풍검색을 해보니 붓은 좋은 붓을 써야 된다고 했지만 그냥 한 번 그려보는 입장에서 그만큼 비용을 투자하기엔 무리여서 저렴한 붓을 선택했다.
그런데!!! 캔버스에서 붓이 나가는 느낌이 너무 거칠다고 해야되나, 물감이 캔버스 한 올 한 올에 묻는 느낌이 아니라 빗자루로 쓸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도 내가 이 붓 밖에 안써봐서 원래 아크릴 붓이 이런건지 비싼 붓은 더 부드러운지 모르지만ㅋㅋㅋ 그림 퀄리티가 중요하거나 여유가 있는 분들은 당연히 좋은 붓을 쓰는 게 좋겠다?!
연필: 연필은 그냥 집에 있던 4B연필을 사용했다.
준비물이 너무 간단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 시간이 제일 오래 걸렸다! 하하
[커플 기념일 선물] 캔버스 인물화 내 맘대로 그리기 (2) - 밑그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