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 보헤미안 랩소디가 실검에 올라와 있는 걸 보고 눌러 봤더니 퀸을 주제로 영화를 개봉한다는 소식이었다.
제목을 보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영화관을 검색했는데 마침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이라 저녁 시간 영화가 5,000원이라고 씌여 있었다. 와 행운이야! 당장 영화를 예매했다. 사운드를 강화한 관들도 따로 있었지만 내가 시간 맞춰 가기엔 힘든 곳이라 김포공항 롯데몰로 가기로 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평소에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다. 처음 주의깊게 들었을 때가 아직도 생각난다. 그 때는 이 곡의 퀸의 곡인 줄 모르고 들었는데, 앞 부분에서 오페라처럼 흘러가다가 갑자기 락으로 바뀌는 부분에서 전율을 느꼈었다. 너무 예상치 못한 전개였는제 자연스러우면서도 경쾌하면서도 묘하게 알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속으로 '우와, 이런 미친 놈들 (내 기준에서는 극찬). 도대체 누가 이런 노래를 만든거야?' 했었는데 알고보니 퀸이라고 해서 굉장히 놀랐다. 그때까지 내가 생각한 퀸은 뭔가 올드팝 가수 느낌이었다. ABBA나 비틀즈 같은 느낌.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알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져들어서 일하다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보헤미안 랩소디를 크게(나름 크게) 틀어서 들었다. 그러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영화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노래만 좋아했지 그동안 퀸이나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유럽 버스킹을 하는 TV프로 비긴 어게인에서 윤도현이 프레디 머큐리가 그려진 벽 앞에서 굉장히 감격스러워 하는 걸 보고 대단한 사람인가보다 생각했던 정도? 그래서 이번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서 퀸과 프레디 머큐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왜 전설이라고 불리우는 지에 대해서 제재로 알게 되었다.
퀸에 대해서 많은 애정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영화 전개가 너무 겉핥기 식이라 깊은 통찰력이 없다고 하기도 하는데, 나처럼 잘 모르던 사람들에게는 퀸에 대해서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약간의 스포?가 될 수 있는 문단)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퀸 멤버 모두 시골에 들어가서 음악에만 전념하기로 하는데, 프레디 머큐리가 저 멀리 초원을 보고 있는 순간 '띠라리라 따 단' 하면서 보헤미안 랩소디 도입부에 대한 영감을 받게 된 장면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도입부 만으로도 가슴을 울리는데, 그 부분이 저 멀리에서 메아리처럼 들려오고 악상이 떠오른 프레데 머큐리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초입부분을 완성하게 되는... 이런 말도 안되는ㅋㅋㅋ 정말 전설이면서 천재구나 싶었다.
뒷부분의 1985년 Live AID 장면에서도 정말 감동 받았다. 나중에 유튜브에서 실제 콘서트 영상을 보니 영화가 그 콘서트를 완벽하게 묘사항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완전히 복붙 수준이었다. 문화의 날 행사로 5,000원에 봤지만 몇 만 원을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을 장면이었다. 다만 주위 사람들이 너무 멀뚱히 스크린을 보고 있어서 내 흥을 주체하고 있었던 게 좀 힘들었다. 리듬 타면서 박수 정도만 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장면에서는 다 같이 좀 움직이면서 즐겨도 될 거 같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그들의 삶에 큰 감명과 영감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스크린X인지 뭔지, 메인 스크린 옆에 서브 스크린이 또 있다는 관이나 사운드에 최적화 시켰다는 관에서 한 두 번 정도 더 봐야겠다. (처음 보고 나왔을 때는 5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ㅋㅋㅋㅋㅋ)
뜬금) 로저 태일러 역의 벤 하디 너무 잘 생겼다.
볼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나처럼 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내 기준은 '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이 영화도 좋아할 것이다.' 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일반 관에서도 사운드 면에서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