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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어버이날 선물을 좋아하셨다.

by 생생한 정보통 2018. 5. 9.

어버이날 선물로 뭘 드릴까 생각하다 보니까 이전에 어버이날 선물을 제대로 한 적이 있나 싶었다. 그런데 딱히 생각나는 선물이나 이벤트가 없었다. 심지어 5월 8일이 친한 친구 생일이라 집에 늦게 들어온 적도 많은 것 같다.


돈이 없었다는 것도 좋은 핑계지. 학생 때는 학생이라 돈이 없다고, 취준생 때는 취준생이라 또 힘들어서 항상 흐지부지 넘어갔던 것 같다. 몇 번은 길에서 카네이션 바구니 하나를 사서 밤 늦게 들어왔던 것 같기도 한데...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념일에 대한 생각도 지금과는 좀 달라서 기념일을 챙기는 게 유난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어버이날을 포함해서 스승의 날이나 발렌타인 데이,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평소에 부모님께 잘 하는 게 훨씬 중요하지, 어버이날이라고 선물 해드리고 전화하면서 그 날만 효도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었다. 오히려 특별한 날이라고 모두들 뭔가 준비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게 희한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동생이 예전의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ㅋㅋㅋ

어버이날인 게 오전에 다시 생각나서 동생에게 부모님께 전화라도 한 통 드리면 좋을 것 같다고 톡을 보냈다. 크게 긍정적인 반응은 없었지만 딱히 거부반응도 없길래 당연히 전화를 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으아니!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하시는 것 아닌가.


부모님께서는 집들이에 다녀오시느라 약주를 한 잔 걸치셨는데, 내심 섭섭해 하시는 것 같았다. 밤이 늦긴 했지만 내가 얼른 눈치 없는 애처럼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를 바꿔드렸다. 

"전화 좀 하지~ 그래도 어버이날인데" 하는 엄마의 말씀에 동생이 예전의 나처럼 대답했다.

"에이, 뭘 이런 날이라고 특별하게 챙기고 그래? 그냥 평소에 잘 하면 되지."

그 말이 공감이 되면서도 아직 동생이 어리구나 싶었다.



내 생각이 바뀌었던 건 봄 꽃, 가을 단풍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때였던 것 같다. 3년 전에도 목련, 진달래는 피고 졌고, 10년 전에도 산들에 단풍이 들었을 텐데, 유난히 그런 변화들이 눈에 띄었던 때가 있었다.  꽃 구경, 단풍 구경하러 우르르 산으로 몰려드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 시절이 무색하게, 왜 내가 지금까지 아름다운 계절을 못느끼고 살았나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사람들은 매 년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즐기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꼈던 것이다. 


사람들이 특별한 날에 특별한 사람을 챙기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 시기에 공식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평소에도 항상 가지고 있던 상대방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 고마운 마음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도 되는 날니까. 



어버이날 선물 포스팅인데 선물에 대한 얘기를 지금까지 못했네ㅋㅋㅋ

어버이날 1차 선물로 지난 일요일에 장어를 사드렸다. 엄마가 지난 설부터 드시고 싶다고 했던 걸 5월이 되어서 겨우 사드렸다. 엄마가 드시는 내내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지으셔서 아빠와 나도 엄마를 놀리면서도 내심 흐뭇했다.


장어로 끝내기엔 뭔가 섭섭하실 것 같아서 어제 야근을 하고 나서 홈플러스에서 카네이션 화분 하나를 샀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실 수 있게 식탁에 올려놓고 옆에 쿠크다스 과자 두 개를 나란히 놓아서 귀여움을 더했다. (이모티콘 넘나 고전적인것)


3차 선물까지 있는데ㅋㅋㅋ 3차 선물도 많이 좋아하셨다. 엄마, 아빠가 취미생활을 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두 분 다 글씨를 잘 쓰셔서 캘리그라피를 해보시면 좋아하면서도 굉장히 잘 하실 것 같았다.


유투브에서 캘리그라피로 유명하다고 하는 토요 캘리그라피 싸인펜과 쿠레타케 붓펜, 드로잉 노트를 두 개 씩 주문해서 오늘 밤에 전해드렸다.


아빠는 술을 많이 드시기도 했고 캘리그라피가 뭔지 아직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엄마께는 이전에 캘리그라피에 대해서 같이 얘기를 나눈 적도 있어서 아주 좋아하셨다.

바로 드로잉 노트를 열어서 첫 장을 멋지게 장식하셨다.


첫 장에 기록을 남기고 뒷장에도 연습을 해보셨는데, 글씨 쓰시는 것 보니 내가 엄마의 재능을 제대로 본 게 맞는 것 같다. 캘리그라피를 따로 배우신 적도 없는데, 한글을 이렇게 여러가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창의적으로 글씨체를 만들어 내셨다. 하하하


앞으로 친구분들에게 좋아하는 시를 써서 액자에 담아 선물하신다며 좋아하셨다. 

내 것도 만들어 주신다고 했다. 야호 !ㅇ!


어버이날 선물을 추천하는 유투브 방송에서 김미경 강사는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선물하는 게 좋다"고 했다. 

아마 엄마에게 돈도 필요하시긴 할텐데..ㅋㅋㅋㅋ 엄마에게 취미와 소소한 기쁨, 그리고 당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드린 것 같아서 나도 아주 기쁘고 가슴 뭉클했다.


어버이날 선물요새 엄마랑 사진 찍기 연습을 하고 있는데, 구도 잡아서 사진찍기 연습도 같이 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