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Women's Day!
며칠 전,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출근해서 업무용 메신저를 켜놓고 일을 하고 있었다. 메신저 알람이 울려서 보니 베트남 웹 개발 팀에서 위와 같은 내용의 이미지를 보냈다.
여성의 날을 축하한다고?
아침에 버스 라디오에서 '오늘은 여성의 날입니다' 라고 말하는 건 들었지만, 그런 날이 있구나 하는 생각 외에 딱히 다른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재빠르게 그 토픽의 멤버를 확인해 보니 여성은 오로지 나 뿐이었다! Wow~
그럼 날 위해서 여성의 날 축하 이미지를 보내줬단 말이야? 뭔가 답변을 해야 하는데 나는 여성의 날을 축하받아 본 게 처음이라 구글링을 했다. 여성의 날 축하 인사 문구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는 많이들 여성의 날을 축하하고 축하받고 있었구나.
여성의 날에 대해 찾아보다 읽은 글 중에 감동적인 글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외국에 갔는데 마침 여성의 날이었나보다.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께서 여성의 날에 꽃을 갖고 계시기에 "아내 분을 많이 사랑하시나봐요"라는 말을 건넸더니, "네, 존경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는 글이었다.
여성의 날은 이런 의미를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존경받는 대상으로서의 여성. 생각해보니 내 주변만 보아도 정말 존경스러운 여성들이 많이 있었다. 가깝게는 우리 엄마, 할머니, 고모, 친구 어머님들, (반대로 아빠나 할아버지도 물론 존경하지만) 여성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감히 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존경스러웠다.
그런 여성들을 두고 내가 여성의 날 축하를 받는 것이 조금 부끄러웠다. 단지 그 분들과 같은 여성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되기 때문에 축하를 받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히 일은 열심히 했지만 딱히 웹 개발 팀에 여성으로서 뭘 해 준 건 없는데 축하를 받다니?! 지금 보니까 그냥 의례적으로 축하한 걸 너무 깊이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ㅎㅎ 베트남에서는 여성의 날에 대해 굉장히 의미있게 생각하고 축하한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나 자신에 대해 생물적 의미로서의 여성, 사회적 의미로서의 여성이라고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여성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받는 배려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한 것 같고, 내가 (여성이라는 하나의 역할로서는) 어떻게 기여를 해왔는지 모르겠다. 기여라고 하니까 좀 거창한 것 같다.
그냥 딸로써, 누나로써, 여자친구로, 친한 여자 동생으로 서로 사랑해주고 사랑 받고 해왔다는 점에 대해서 나도 축하받을 수 있다고 그냥 스스로 생각해줬다. ㅋㅋㅋ 그리고 사내 메신저에서 그들이 여성의 날을 축하해주는 의미보다 아마 더 크게 혼자 감동받고 막 너무 고맙다고 여성의 날 축하 받기는 처음이라고 답장해줬다. ㅋㅋㅋㅋㅋ
사내 메신저 토픽에서 꽃도 받았다. 잇힝 >.<
온라인 꽃 받고 좋아하긴 처음이다. ㅋㅋㅋㅋㅋ 근데 너무 이뽀
온라인 상에서는 성별에 따라 서로를 나누고 고향에 따라 나누고 나라에 따라 나누는 여러 생각들이 있다. 그런 글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지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어머니, 할머니 세대의 여성들은 희생정신이 있었지만 요즘 세대 젊은 여성들은 희생정신이 없고 권리만 요구한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은 있다. 나부터도 벌써 이전 세대처럼 여성으로서 희생하라고 하면 왜 그래야 하는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주변을 돌아보면, 아마 이 젊은 세대의 여성들도 가정이 생기고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 방식이 다를 수는 있어도 이전 세대들과 지나치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여성과 남성. 사실 서로가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가 존재하는 거니까.
세상에 안 힘든 사람 없을 거다. 각자 여성으로서, 남성으로서 힘든 점도 있겠지. 그런 것들을 성별을 떠나서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 줬으면 좋겠다. 자다 깨서 그런가 글이 너무 감성적으로 흘러가고 있네.
여성의 날에 대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기 위해 노력해 온 수많은 선배 여성들에 대해 감사하는 의미도 물론 있을 것이다. 가볍게는 존경하는 주변 여성들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날로 의미를 둬도 좋을 것 같다. 고맙습니다! 땡큐! 씨에씨에! 아리가또호! 당쿄! 메르씨!
※ 남성의 날은 없나 찾아봤더니 국제 공식(?) 남성의 날은 없나보다. 이상하다. 남성의 날도 생기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