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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정동진) 저렴하고 진짜 맛집이에요. 일출식당 황태구이 해장국 꼭 드세요!!

by 생생한 정보통 2020. 12. 5.

이 식당과의 인연은 바야흐로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딩 때 해돋이를 보려고 서울역에서부터 밤기차를 타고 5시간 걸려 정동진에 도착했다.

해가 뜨기 까지는 아직 시간도 꽤 남아 있었고 춥고 배고픈 때, 정동진 역 왼쪽에 있는 건물에 들어가서 황태구이랑 황태해장국을 먹었는데!! 몸이 사르르 녹으면서 나른하게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 엄마는 최근까지도 황태구이 얘기가 나오면 정동진에서 새벽에 먹었던 황태구이를 얘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집이 설마 지금까지 있을 줄이야!!!!!
이럴수가!!


정동진에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갔다가 저녁이 돼서 너무 배가 고파졌다.
다이닝코드를 찾아봐도 관광지라 다 비싸기만 하고 별로 먹을 게 없어 보여서 거의 포기했다가 원래는 일출맛집이었나 하는 식당을 가려고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했는데... 읭????? 일출식당이라는 곳이 나왔다.
그런데 여기 뭔가 내 기억 속에 있는 그 황태구이 집인데?! 해서 기대를 품고 바로 이곳으로 갔다.


내 기억대로 진짜 정동진역 기준으로 왼쪽에 있었다.ㅋㅋㅋ 신기함.
이 집이 겉치레가 없어서 그렇지 음식이나 매장 관리나 진짜 깨끗하다.

내가 기억하는 온돌방도 있었고, 옆 쪽으로 입식 테이블방이 있었다. 사장님이 이쪽으로 안내해 주셔서 착석.
일요일 밤이라 관광객들이 돌아간 시간이라 우리만 있었는데도 히터 틀어주셨다.

메뉴판에 먹을 게 많이 있었는데 20년 전 기억을 되살려 보기 위해 황태구이와 황태해장국을 주문했다.

이 가격으로 정동진에서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니... 이미 30분 정도를 맛집 찾느라 정동진 맛집 도사가 돼서 이 가격이 믿기 힘들었다. 몇 군데 찾아본 사람들은 내 말을 이해할 거다.

반찬 가져다 주시는 사장님한테 그 집이 맞는지 물어보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ㅋㅋㅋ 하지만 일단 참았다.

한 10분 정도 지났나? 황태해장국과 황태구이를 가져다 주셨다.

이 날 하루종일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해서 진짜 사진도 제대로 못찍었네.ㅋㅋㅋㅋ 황태해장국이 정갈하다. 반찬 못찍었는데 반찬도 다 맛있어서 셀프 리필해서 먹었다.

사장님께 어릴 때 왔었던 것 같다고... 장사하신 지 20년 정도 되셨냐고 여쭤보니 1998년(1달 전이라고 그 새 기억이 희미해졌다.. 아무튼 대략 20년 가량 되셨다.)인가부터 한 자리에서 장사하셨다고 답해주셨다. 이 집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니 사장님도 뿌듯해 하셨다.

황태구이도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고추장 양념이 듬뿍 발라진 황태구이!!

황태구이에 곁들일 수 있도록 나온 순두부도 깔끔하면서도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는 순두부를 먹어 봐야겠다고 다짐.

황태구이 꼬들꼬들하면서 완전 밥도둑이었다.

둘이서는 황태구이 하나, 황태해장국이나 순두부 찌개 하나 해서 나눠먹으면 딱일 듯.
여러 명이면 1인 1찌개에 황태구이 하나 시켜서 먹으면 되고...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집에 오랜만에 갔는데 맛이 변해 있으면 참 속상한데, 일출식당은 여전히 너무 맛있어서 너무 감동 받았다. 정말 이 정도로 오랜 세월 꾸준히 유지하시는 걸 보면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나오기 전에 온돌방 쪽으로 가니 사모님도 계셨다. 어릴 때 왔던 날에도 사모님이 계셨었는데 너무 친절하셔서 기억에 남았는데.. 여전히 완전 친절.

내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사장님이랑 두 분이 같이 뿌듯해 하셨다.

여행에 있어서 먹거리가 큰 추억이 되는데, 그 추억 위에 새로운 추억을 더할 수 있어 기뻤다.

정동진을 방문하는 분들도 먹을 게 고민이라면 이 집에 가길 추천한다. 맛, 청결, 가격, 친절 다 갖춘 일출식당이 앞으로도 더 잘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