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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스즈메의 문단속> 솔직한 리뷰 (스포 있음)

by 생생한 정보통 2023. 5. 3.

오랜만의 영화관 방문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다. 영화관 영화 가격이 오른 뒤로 영화관을 잘 찾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꼭 보라는 강릉 양꼬치집 사장님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제목에 스포 있음이라고 적었기 때문에 영화 줄거리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나의 후기만 쓰도록 하겠다.

 

위로가 되었을까?

 

평범한 고등학생인 스즈메가 첫 번 째 문을 발견한 건 어쩌면 필연적인지도 모르겠다. 12년 전의 기억들을 맞춰 나가기 위한 여정이었겠지.
리뷰를 쓰려고 검색만 해봤는데, 이 영화의 모티브가 동일본 대지진이란다. 2023년 기준으로 딱 12년 전인 걸 보니 세월이 이렇게 흘렀나 싶다. 동일본 대지진에서 가족이나 친구,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위로를 받았을까? 주인공 스즈메처럼 자신의 마음 속에 남아 있던 아픔들을 조금이나마 씻어낼 수 있었을까?
 

죽음이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일까?

 

대학교에 다닐 때 '죽음과 문화'라는 수업을 들었다. 죽음의 다양한 모습을 문학과 영화 등 매체를 통해 다방면으로 접근하는 수업이었는데, 그 수업을 듣고 나서 오히려 죽음에 대한 강박이 생겼다. 그리고 주변 지인의 사고로 인해 더욱더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냥 운이 안좋았다는 것으로 넘기기엔 너무 가혹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생과 사가 한 끗 차이라는 게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적이 종종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질까봐 너무 무섭고 걱정된다. 그래서 영화에서 소타와 스즈메의 기도에서 비슷한 문장을 보고 공감이 갔다.
거대한 자연 앞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일들 앞에, 우리 힘으로 선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해도 우리는 그저 이 순간을 살아갈 뿐이다. 미미즈같은 자연 재해를 많이 겪는 일본 사람들에게 있어 더욱 와닿는 이야기일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들에서도 이런 뉘앙스를 느낀 적 있다. '너의 이름은'에서도 혜성이 떨어져 온 마을이 파괴됐었고, 주인공은 피해를 막고 싶어 했다.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사람들은 이 순간에 살아있음이 영원할 것처럼 산다. 살아있음은 그 자체로 이렇게 반짝이는 건데, 이 반짝임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다. 나도 재취업 준비가 너무 힘들어서 얼마 전에 안좋은 생각을 했다. 그냥 사라져 버리면 모든 게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택하지 못하는 죽음을 그렇게 두려워 하면서도 선택하는 죽음은 살아나가는 것보다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지금은 나를 짓누르던 면접의 무게를 다 내려놓는 걸로써 평안을 되찾았고,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면서 이 순간의 반짝임을 보았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너무 소중하다.
 

아니, 남아 있다.


이 작품에서 감독은 
아마도 '이제는 누군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도 그 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들과 기억들이 남아 있으니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 영원히 사라지는 거라던 옛 말도 있듯이. '살아있는 사람은 먼저 간 사람을 기억하는 것으로써 그를 계속 남아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검은 크레파스로 덮어버린 기억들은 마주할 용기가 생길 만큼 시간이 오래 지난다 해도 마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12년이 지나도, 120년이 지나도 어려울 일이다.
태어난 이상 누구에게든 언젠가는 올 일지만 오늘도 나는, 그리고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늘 하루 더 안전하길 기도한다.
솔직히 이번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전작인 '너의 이름은'이나 '날씨의 아이'보다 개연성이 없고, 내용도 지루하다.(옆 자리 학생은 중간에 졸더라...) 그치만 일본 애니메이션, 특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보면 좋아할 것 같다.

 

 

+ 덧붙임

영화 이름에서 '문단속'이라는 단어를 볼 줄은 몰랐다는 말이 너무 공감된다. ㅎㅎ